이호경
LEE HOKYUNG
what-多got-多,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
관람객이 전시장 문을 연 순간부터 작품의 비가시적인 영역에 도달하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. 근본적으로는 도달 가능성에 관한 의구심인데,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관람객에게 회화가 단순히 또 하나의 이미지로 간주되어 제한적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에서 비롯된 기우다.‘왔다갔다’는 지그재그 모양을 표현한 의태어로, 불안정한 모양의 시각적 효과를 통해 차량의 감속을 유도하기 위한 도로 위 지그재그 차선 모양에서부터 출발했다. 완성된 작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반적인 전시 구성을 탈피하고 작품의 표면과 이면을 넘나들 수 있는 전시를 시도하며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환유할 수 있는 경계에 질문을 던진다. ‘시민청’이라는 공간의 특성에 맞추어 기획한 전시 《What-多 got-多》는 동양 매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신인작가 김나현, 류은선, 이호경, 정수연, 청이인 총 5인이 한지라는 공통된 바탕재 위에 각기 다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다. 동시에 작품 이면을 조명함으로써 회화, 그중에서도 현재 동양화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을 높인다. 재료와 기법에 대한 이해가 회화의 형식적 측면으로의 접근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, 재료 설명과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, QR코드를 통한 음성해설, 작품에 사용된 도구 등을 완성된 작품과 함께 배치한다. 이는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이 전시를 감상할 때 캡션과 핸드아웃만으로는 형식적 측면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다. 관람객이 작품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보다 친근하게 길을 열어주고, 자체적으로는 동양화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하고자한다.